知行竝進

  요새 지행병진(知行竝進)이라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 지행합일(知行合一)과는 다른 개념이다. 나는 지행합일에 관심을 가져왔다. 나는 지행합일을 아는 것은 곧 행동하는 것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지행합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어느 수준의 의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기계적 지행합일은 맥락으로부터 어긋나고 분위기를 저해시키는 요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좀 딱딱한 인간으로 비춰지기도 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지행합일 하는 게 뭔가 긴장되고 머리를 쓰게 하는 것이어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지행병진은 앎과 행함이 함께 나아간다는 뜻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 앎에 진실된 마음을 통해 자신을 바쳐 진정한 자신의 것이 된다면 행함은 나도 모르게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앎과 행함 사이에 일정한 완충지대(또는 buffer)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완충지대를 지나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앎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행합일과 지행병진의 의미가 왕양명이 설명한 바로는 너무 깊고 심오해서 나는 그 깊이를 다 알지 못하지만 추상적으로 이해한 바는 그러하다.
  바로 써먹고싶은 지행합일이라면 궁극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고 자기 앞에 나타난 존재들을 수단화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앎 자체에 자신을 바치는 지행병진이라면 자신이 처한 맥락 속에서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 속에 그 앎을 편안하게 녹여낼 수 있을 것이다. 여태껏 바로 써먹고 싶은 조바심에 나는 뭔가 많이 공부한 것 같은데 다 까먹은 기분이다. 지금이라도 이런 걸 깨달아서 다행이다. 왜 내가 무언가를 바로바로 써먹고 싶은 조바심을 가져 왔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싶다.

by bubbykim | 2009/11/25 12:59 | 트랙백 | 덧글(0)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공기업 취업특강

  오늘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공기업 취업특강이 있었다. 학생처 취업촉진하는 곳에서 개최하는 것이었다. 나도 관심이 있어 가봤다. 특강 강사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이었다. 놀라웠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대학에 공기업 취업특강을 하러 오다니.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정책과 이념을 내세운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 나름 명문대라는 한국의 인재들로 하여금 시장이 아닌 정부의 품안으로 오기 위한 '특강'을 하겠다는 것에 놀라웠다. 놀라움과 함께 얼마나 기가막힌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남아서 들어봤다.

  별 볼일 없었다. 공기업에 대한 설명을 30여분간 하고 '공기업 완전정복'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공기업에 대한 설명은 주요 공기업의 시가총액 혹은 자산총액이 얼마인가 하는 것이었고, 연봉이 하는 일에 비해 높다는 것, 경쟁이 없다는 것, 실수 하지 않으면 짤리지 않는다는 것, 공기업이 발표하는 평균 연봉은 실제보다 적다는 것 등이었다. 공기업 완전정복에서는 면접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들이었다. 튀지말고, 너무 개성이나 자기주장 강하게 보이지 말고 뭐 그런 내용이었다. 논술 시험 볼 때도 한자 좀 써주고 키워드 중심으로 쓰라는 것. 그리고 준비 꾸준히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 

  그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치고는 저렴한 어휘와 말을 많이 썼다. 하버드 대학의 로스쿨까지 나왔다는 사람이 애들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역력했다. 학생들은 가끔 웃었다. 그가 발표한 PPT는 참신한 자료는 없었고 '본인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보여주고 있었다. 참신한 자료라고 한다면 그가 공기업들을 탐방하며 직원들과 인터뷰한 동영상자료 정도. 보다 구체적인 자료는 자신이 발간한 책을 사보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있다고 한다.

  나는 특강이 끝날 때까지 이런 말이 한마디라도 나오길 바랐다. '한국의 유능하고 젊은 여러분이 공기업에 가기 위해 금요일 늦은 시간에도 이렇게 특강을 들으러 와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안타까움이 있다. 보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여 대학생 여러분이 보다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정도. 그러나 분위기조차도 그런 말이 나올 여지는 없었다. 그는 그런 것보다 살짝 저렴한 말로 청중을 웃기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혹시 이거 보거든 자살골 넣는 짓거리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세금이 아깝다. 나도 학생이지만 세금을 좀 내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특강은 사설 취업학원에서 더 잘 하고있다. 한나라당이면 한나라당에 걸맞은 일들을 하기를 바란다. 유능한 인재들에게 시장이 아닌 정부로 오라고 하는 그런 행태는 어울리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공기업에 취업하는데 도움을 준 국회의원을 기억하고 그에게 호감을 얻고 지지해줄 것이라 착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학생들은 취업하고 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대학생들은 취업을 자아실현이라기보다 입시와 같은 고되고 역겨운 통과의례라고밖에 여기지 않는다. 취업 되고 나서도 대부분 마음은 다른 데를 향한다.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주길 바란다.

by bubbykim | 2009/11/20 17:41 | ┏思 | 트랙백 | 덧글(0)

이명박은 SCV를 원하는가

  SCV는 스타크래프트 테란 종족의 가장 기초가 되는 유닛이다. 자원을 캐고 각종 건물을 지으며 기계 유닛들을 고치기도 한다. 필요할 때는 적진에 정찰도 나가며 유사시에는 5밖에 안 되는 근접 공격으로 공격을 감행하기도 한다. 그런 SCV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유닛이다. 한편으로는 하찮게 여겨지는 유닛이기도 하다. 가장 저렴하고 따분한 일만 하는 유닛이기 때문이다.

  다른 유닛보다 SCV는 생산된 후 게임이 끝날 때까지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만 반복한다. 자원을 캐고 건물을 짓는 것이 그러하다. SCV는 레이스나 베틀크루저, 시즈탱크처럼 온 적진을 누비며 화려한 공격을 하는 유닛도 아니고 유사시에는 총알받이로 한꺼번에 적유닛들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다른 스타크래프트의 유닛이 모두 그러하듯 SCV도 커멘드센터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지만 SCV는 미네랄과 가스 사이를 오가는 일을 반복하다가 게임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미네랄과 가스가 다 떨어지면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거나 자리를 맴돈다.

  유닛을 잔뜩 생산해 서플라이 디팟이 200으로 꽉 찼다. 게임은 어느덧 중후반으로 치닫고 유닛도 베틀크루저, 발키리, 사이언스 베슬 등 서플라이 디팟을 많이 차지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자원이 많이 쌓이고 고급 유닛이 많이 필요한 커멘드센터는 SCV를 죽이고 남은 서플라이 디팟으로 베틀크루저, 사이언스 베슬 등을 만들었다. 끝날 것 같은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긴장만 흐르며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 고급 유닛들은 많이 다치고 건물 역시 손상되거나 파괴되었다. 다시 SCV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서플라이 디팟은 200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제는 베틀크루저와 발키리, 사이언스 베슬 등을 부숴야할 차례다. 커멘드센터는 이번엔 왠일인지 그 '고급'유닛들을 부수지 않는다. 부수지 않는지 부술 수 없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동안 게임은 계속 진행되고 유닛은 더욱 손상되어만 간다. 게임 전반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다.

  결국 유닛을 하나 둘 파괴하여 SCV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을 조금씩 만들어 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번엔 SCV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짐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유는, 우리야 항상 하는 일이 하찮고 힘들고 똑같은 것 뿐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커멘드센터가 어떻게든 SCV들이 좀 생산되기 위해 기존 유닛을 조금씩 부수고 자원을 할당하지만 이미 탄생과 동시에 스스로의 운명이 규정되는 것을 터득한 SCV들은 다시 게임에 나타나길 거부한다. 게임은 갈 수록 위태로워 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전세가 기울어져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잔뜩 만들어 놓은 비싼 베틀크루저들을 부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베틀크루저 함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묘안이 무엇일까. 새로운 업그레이딩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바로 유닛간 이동이다. 게임이 후반부로 접어들고 자원이 충분히 축적된 것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딩 능력을 향상시켜 SCV 8대가 모이면 베틀크루저로 변신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베틀크루저 1대가 SCV 8대로 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시간도 절약하며 불필요하게 유닛을 부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이런 유닛간 이동성은 게임의 전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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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의 저출산 정책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해서 써봤다. 현 정부나 지난 정부나 저출산 문제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글렀다는 생각 뿐이다. 이번 정부는 더 심한 것 같다. 태어날 생명들을 다만 일꾼으로만 생각한다. 그 생명들이 어떻게 하면 자기를 계발하고 공부하여 그 개별적인 인간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정말 눈곱 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출산율'이라는 테크니컬한 수치 뿐이다. 그런 그들의 태도를 경멸한다. 그렇게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면 뭔가 될줄 아나보다.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는, 그들의 관점에서 보는 '노동력'은, 그들이 기대하는 목표를 달성해주지 못할 것이다.

  출산율이 높아지는 방법은 이 세상이 좀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뿐이다.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하려는 자극들이 온 몸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고, 항상 '해야할 것'만 제시하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것만 제시하는 교육이 바뀌지 않고, 그리고 '새로울 것이 없는 삶의 불안'을 맞이하는 것이 새롭지 않은 삶이 만연한 이상 출산율 증가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돈을 제공할 생각을 하지 말고 양육의 즐거움과 새생명이 누릴 혜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할 생각을 하길 바란다. 누가 봐도 '살고 싶은'나라를 만들 생각을 하길 바란다. 공감을 얻을 수 없는 목표를 국민들에게 제시해봈자 국민들은 이미 그 결과가 자신의 것이 아닐 것임을 안다.

by bubbykim | 2009/09/11 20:41 | ┏思 | 트랙백 | 덧글(0)

맞선 6전6패 `슬픈 변호사`

맞선 6전6패 `슬픈 변호사`


  자기파괴성이 두렵다.

by bubbykim | 2009/08/31 00:14 | ┃短 | 트랙백 | 덧글(0)

혼테크의 진화가 상상된다

취업 어려운데 차라리 한살이라도 젊고 예쁠때… 20대 초반 여성 ‘婚테크’ 는다

  이런 현상이 개선될 희망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현상은 일종의 쏠림현상이 되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어쩌면 여대생들 사이에 유행이 될 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유행이 되었고 언론이 뒤늦게 기사화 한 것일 지도 모른다.

  이 기사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대생들 사이에 '젊고 예쁠 때 재력 있고 조건 좋은 남자와 일찍 결혼해서 일찍 이혼한 다음 상당한 금액의 위자료를 얻는 것'을 목표로 둔 조혼이 성행할 것이라는 것. 그렇게 되면 보다 쉽게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혼에 대한 관점도 관대해 지고 있고,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이혼 했다고 하면 더 관대한 시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위의 기사에서 나온 바와 같이 조혼의 궁극적 목적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려 가정을 나의 삶의 일부분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것이 아니라 덜 힘들고 편안하게 부를 누리면서 사는 것이다. 조혼의 목표가 결혼 생활이라는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일종의 '좋은 것'을 선점하고자 하는 mission수행이기 때문에, 그 미션이 달성이 되면 당연히 다른 것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부추기는 시장은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스쳐 지나간다.

  바닥에서 시작한 젊은 여자가 젊은 나이에 쉽게 큰 경제력을 얻기에 가장 수월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이 다만 쉽게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 되었기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물론 남자쪽에서 쉽게 내주기야 하겠냐만 내 머리 속에는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스토리가 벌써 뭉게뭉게 떠오른다. 20대 초반에 결혼을 해서 20대 중후반에 이혼을 한 다음 일정 수준의 재력을 가진 여자와 평범한 20대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같지 않다.

  내가 뭔가 작은 사건 하나로 부풀려 상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쨌거나 여자와 어린이가 살기 힘든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스스로의 결론을 하루하루 확인하는데, 하루하루 재미가 없다. 밤이 되면 생각이 체계를 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밤에는 실컷 떠들고 결론을 내리지는 말아야 하는데,,,

by bubbykim | 2009/08/31 00:03 | ┏思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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