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25일
생각나는 사람이 생겼다. 나도 다소 놀랍다. 오랜만에 복학하고 정신없이 지내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생겼다. 이번 학기는 그냥 적응하는 학기로 보내겠다고, 여자에 대한 신경을 쓸 수나 있겠나,, 혹은 쓸 필요나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2년 반만의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생활은 생각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빡쎘고 주말조차 과제와 수업준비로 시간이 없었지만 그사람은 생각났다. 만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저절로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그사람은, 소위 '나의 스타일'과는 정 반대다. 내가 항상 생각해왔던 나의 여자 스타일, 여자친구가 있건 없건 간에 내가 좋아했던 스타일과는 정 반대다. 나는 언제나 김태희보다 송혜교가 낫다고 말했다. 종교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송혜교'라고 대답하곤 했다. 허나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반대다. 말랐고 키작고 여우같이 생겼다. 좀 이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대놓고 이쁘다고 하기엔 요새처럼 자본주의적 사고가 판치는 세상 속에서 무리가 있을 듯싶다. 담배도 피고 멋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생각난다. 나는 스스로 부정해보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저절로 생각난다. 누군가가 '생각난다'는 것이 내 삶에 다시 찾아올지도 의문이었던터라 더욱 놀랍다. 이 사태를 나는 막을 방법이 없다.
이렇게 저절로 떠오르는 사랑의 감정은 고귀한 것이라 본다. 허나 그 고귀함도 내 삶을 내가 온전하게 통제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 3살만 어렸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나고, 좋아한다면 고백하고 연인의 관계를 꿈꿨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그러지 못하겠다. 이렇게 저절로 사랑의 감정을 생산하게 하는 사람을 내 연인으로 구속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나하면 나는 내 마음만큼 사랑해줄 능력도, 여건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일단 해야할 것과 이뤄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앞날이 너무나도 불안하고 암울한 현 젊은층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함께 시작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경우도 있고 그런게 더 아름다워보인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허나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수반되는데, 앞으로의 세상은 그런게 더욱 힘들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분명하다. 그 무수한 근거들을 여기에 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사람이 나의 연인이라면 나는 언제나 그사람의 기쁘고 슬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맛있는 걸 사주고 싶고,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을 것 같다. 그래야 행복할 것 같다. 그래야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왜 형성되었는지는 나중에 얘기하던가, 얘기하지 말던가 하자. 아무튼 그럴 것 같다. 허나 지금 나의 처지는 결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그사람을 연인의 이름으로 내 곁에 묶어둔다는 것은, 뭐 윤리적 당위성의 차원은 둘째치고서라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랑하는데, 이렇게 사랑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모습을 보이는 나 자신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따라서 그사람은 그런 요건을 채워줄 사람을 만나도록 돕거나, 내버려 두는 게 그사람에게도 합당하고 나에게도 옳은 선택일 것이다. 그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모르겠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살거나, 아니면 이성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냥 '좀 미안하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사람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세상은 그런 세상인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고보면 내가 너무 사랑에 대해 완벽주의적이고 절대적인 잣대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같다. 뭐 그렇지는 않다. 서로 사랑하면 어느정도는 양보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그래도,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들이 닥쳐올 것은 보인다. 나는 그런 것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세상탓을 해야하나, 현명한 적응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탓해야 하나. 누군가를 탓할 필요나 있을까. 오랜만에 생각나는 사람이 생겨 끄적여 봤는데 내용이 우울해서 제목이 저렇게 나와버렸다.
# by bubbykim | 2008/09/25 00:10 | ┏思 | 트랙백 | 덧글(0)
2008년 08월 05일
서태지가 4년만에 돌아왔다. 역시 서태지답게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가지고 돌아왔다. 지금 내가 들어본 음악은 싱글 첫앨범인데, 이 노래들이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든다. TV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는 서태지를 언론에서는 연일 대서특필하고있다. 그만큼 서태지는 국내에서 대단한 존재라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문화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겠는가.
서태지의 컴백이 우리나라의 정치권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와 겹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서태지는 1996년 1월 서태지와아이들 활동을 마감한 후 1998년, 2000년, 2004년, 2008년에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컴백했다. 98년은 컴백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팬들이 기다려온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1998년 더운날, 서태지가 TAKE시리즈 앨범을 발표했을 때 우리나라는 IMF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극에 달하고 자살하는 가장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2000년 울트라맨이야로 돌아왔을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할 시기였는데 이것 때문에 정말 말이 많았다. 야당의 끊임없는 공격과, 6.15 공동선언이 노벨상용이라는 말이 끊이지를 않았었다. 이를 위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시끄러웠다. 2004년 해피엔드로 돌아왔을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비리로 엄청난 구설수에 올랐으며 탄핵에 임박해있을 시기였다. 정치권의 막말은 극에 달해있었다. 그리고 지금 모아이로 돌아온 2008년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과 청와대 참모인선 실수, 정부부처의 실정과 실언 등으로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며 취임 6개월이 안된 대통령의 지지율은 너무 낮아서인지 집계되는 곳도 없다. 고유가와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기도 하다. 마음붙일 곳 없는 국민들에게는, 특히 서태지를 바라보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현재의 20, 30대에게 서태지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서태지는 항상 국민들이 '서태지고플 때' 나타났다.
물론 컴백은 서태지가 하고싶을 때 '탁!' 하는 게 아니라 수개월을 앞두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가며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짧은 생각은 말 그대로 짧은 생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렇게 참신한 문화적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음악가가 그런 것까지 계산하며 음악활동을 할 것이라고 믿고싶지도 않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문화의 조류를 크게 바꿔놓을 정도의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국민들의 현실정치에 대한 불신과 회의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현 정치권 또한 서태지로부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듯하다. 서태지가 TV 등 언론에 나오니까 그나마 자신들의 실정이 묻히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아무튼간에 이왕 컴백한거 서태지답게 멋지게 활동하고 돌아가길 바란다.
# by bubbykim | 2008/08/05 10:46 | ┃短 | 트랙백 | 덧글(0)
2008년 07월 07일
각종 경제지나 보수를 자처하는 신문들을 보면 장기화되는 촛불집회 때문에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외국인 자본의 이탈을 가속화시킨다는 글들이 많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는 글들은 없다. 그냥 '촛불집회 장기화 = 외국인 자본 이탈 가속화'라는 공식에 의거해 글이 실릴 뿐 '촛불집회 장기화 = (?) = 외국인 자본 이탈 가속화'의 (?)가 없다. 논리적인 연관관계가 없는데도 대부분의 글이 그렇게 실리니 그들은 다들 그렇게 믿나보다.
이어지는 내용
# by bubbykim | 2008/07/07 11:20 | ┏思 | 트랙백 | 덧글(3)
2008년 06월 27일
유가와 민주주의, 자유의 상관관계에 대해 쓴 글이다. 유가와 자유의 정도는 반비례 한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옳은 말이고 좋은 글이다. 우리나라 신문에서도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Friedman: The democratic recession
# by bubbykim | 2008/06/27 16:56 | 트랙백 | 덧글(0)
2008년 06월 27일
위기의 남자들이다. 이들에겐 공통점들이 발견된다. (부분적으로는 틀릴 수 있음)
*50% 넘는 지지율로 시작 ->임기 1년이 되기 전에 20% 안팎으로 지지율 추락
*주류언론의 지원사격을 받는 와중에도 고전함
*개혁, 실용, 마이웨이, 조급증이란 키워드
*집안단속 실패
이들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기름값이라도 좀 떨어졌으면'하고 바랄 지도 모른다. 허나 그런 것을 실제로 바란다면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큰소리치며 그자리에 간 꼴이 되었으니.
내가 이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실용'의 의미를 되새겨보라는 것이다. 언론을 통과해 전해지는 내용들을 비춰볼 때 이들은 '실용'='좋은 거, 잘살기, 국부증대'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허나 내가 생각하는 실용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인식이 핵심이다. 그래야 뭘 할지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당신들이 생각하는 함수식에 당신이란 값을 넣으면 될 것이란 식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싶다. 저마다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다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낼 것 같아 안타깝다. 허나 이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국정지지도와 신뢰성이 이미 바닥을 쳐놨으니 쫌만 상황이 나아지거나 무언가를 잘하면 주류언론의 지원사격을 받아 그 수치들이 좋아질 테니까. 또 막판에 잘하면 왠만큼 용서되고 사람들이 잘 잊어주는 세상이니까.
(위에부터 이명박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
# by bubbykim | 2008/06/27 16:50 | ┏思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