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기야 진수야 잘 지내구 있니

  올 초여름(5월말~6월초) 자전거 타고 여행을 다닐 때였다. 군산에서 내려와 김제에 있는 심포리로 향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국도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린아이 세 명이 날 부르며 세웠다. 그리고 자전거를 고쳐달라고 했다. 고물 자전거였는데 체인이 자전거 축에 끼어 있었다.  장갑을 끼고 오래된 체인 윤활유를 닦아 가며 자전거를 고쳐줬다. 꽉 끼어 있어서 어린 아이들의 힘으로는 고치기 어려운 고장이었다.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다는 듯이 열심히 구경했다. 아이들은 곧 나를 '선수 형아'라고 불렀다. 자전거 헬멧도 쓰고 해서 그랬나.

  이 친구들 셋은 김제시 진봉면 고사리와 심포리 사이에 있는 심창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다. 왼쪽부터 진수, 진희, 준기인데 진수랑 준기는 초등학교 2학년이고 진희는 6살짜리 진수의 동생이다. 부모님은 농사일을 하시는데 아직 집에 오지 않으셔서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내 자전거를 부럽다는 듯이 구경했다.

  "선수형아, 이거 백만원짜리지? 그치?"

  무어라 대답해야할지 난감했다. 김훈이 자전거여행1중에 임실군 덕치면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쓴 대목에서 그 동네 아이들이 김훈의 자전거를 부러워했다는 글귀가 떠올라 난감한 시간은 지속되었다.

  "그렇게 비싸지 않아.. 진수도 형만큼 크면 맘대로 탈 수 있어."
  "에이~ 그럼 백천만원이지?"

백천만원이라... 순간 아이들의 부모님이 아이들 듣는데서 무슨 말들을 하시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되었는데, 관뒀다. 나는 자전거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이리이리해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이름도 묻고 학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형 집 어디야?"
  "서울이야~"
  "우와 서울이면 여기서 백만키론데."
  "응, 백만키로를 자전거타고 왔어."
  "그럼 이 자전거도 백키로로 달리겠네?"
  "아니야~ 자전거는 다 비슷해."
  "우와 선수형아 자전거는 기어도 백단이네."
  "..."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해서 타라고 했으나 안장을 낮춰도 9살짜리 어린이가 타기엔 자전거가 너무 커서 못탔다. 내 자전거를 타지 못한 아이들에게 나는 다만 과자보다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많이 먹고 형처럼 크라고 말했다.

  "형 아파트살지?"
  "응."
  "좋겠다."

무의식중에 '응'이라고 했는데, 잘못했다 싶었다.

  "아파트 안좋아~"
  "엘레베이터도 있잖아. 나 엘레베이터 타고 싶어."
  "아파트는 마당도 없고 집에서 뛰어놀면 아래집 아저씨가 이놈~하는걸."
  "그래도 엘레베이터 타면 좋잖아."

나는 어찌해야하나. 이 상황에서 무어라 더 말을 해야할 지 모르는 나 자신에 대한 확인작업이 되어 고통스러웠다. 화제를 돌리는 길 외에는 없었다.
  진수가 자전거를 타고 자기 다니는 학교에 가자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합을 하자고 했다. 진수는 고물 자전거를 타고, 나는 전용  MTB를 타고 심창초등학교까지 달렸다. 한 2km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나는 업치락 뒤치락 해 가면서 결국 간발의 차이로 져줬다. 진수는 매우 기뻐하며 연신 '아싸뵹~'을 연발했다.
  나는 그런 자전거를 타도 충분히 잘 탈 수 있다고, 그런 자전거로도 이런 자전거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9살짜리도 선수형아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는데 왠지모를 씁쓸한 감정은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동네에 다시 와서 아이들과 구경도 하고 놀다가 사진 한 장 찍고 난 내 길을 떠났다.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향기로운 냄새와 넘치는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말에 무어라 대답할 수 없는, 아직도 이 땅의 사람들과 대화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나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사진을 보고있으면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싶어진다. 아름다운 추억이다. 국도변에서 자전거 타면 위험하니까 조심히 타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워진다.


by 네얼 | 2006/12/06 16:20 | ┃旅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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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았을 때. 흐리고 멀어서 잘 안보임.군산에서 김제 가는길에 있는 만경대교만경읍을 지나다 만난 진수와 진수의 동생, 그리고 준기.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것이다.준기야 진수야 잘 지내구 있니 부안에서 내소사 가는 길에 만난 가로수길 내소사에서 고창군 심원면 수다동 진입로에서 동호해수욕장 도착하기 전의 갯벌 앞에서 동호해수욕장고창에서 장성으로 가는 길에 ... more

Commented by wnsrl0310 at 2008/10/01 12:56
형 우리야 준기, 진수 ...
형 잘 지내 ...
Commented by bubbykim at 2008/10/02 00:31
아 정말이니,, 같이 자전거 탔던?,,,,,,
Commented by wlstn3117 at 2009/03/30 13:01
응 형~ 나 진수야~~
맞다 진주가 키가 작잖아~~~~~
SBS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수술 받게 해줬어
이제 진주키카 엄~~~청 커질일만 남았어~
그럼~~
형 내 메일은...
chlwlstn3117@hanmail.net
ok??
ㅂ2 ㅂ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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