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에 대한 질문

  "신자유주의 체제는 개인에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게 한다. 적어도 '기회의 평등'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회의 평등'은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오는 시대의 이데올로기다. '기회의 평등'이 진정한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등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구조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장하준 박사가 지난주에 우리 학교에서 강연할 때 했던 말이다. 이 말이 며칠째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저 말이 나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마음이 좋은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던 것일까.

  저 말과 함께,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고, 나 스스로의 모습도 떠오르고, 동사무소에서 투표하는 시민들을 하루종일 바라보던 모습도 떠오르고, 동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갈등을 겪던 수 많은 사람들도 떠올랐다. 내가 느끼기엔, 우리 가족은 구조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나를 특정한 함수 혹은 블랙박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이 희망하는 산출물들을 나는 지금껏 잘 생산해 왔다. 그들은 앞으로도 내가 계속 그럴줄 안다. 앞으로도 내가 계속 그러기 어렵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하면 그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아니면 알아 들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동사무소라는 공간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도 구조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은 로또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다. 

  질문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구조에 대해 질문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하려는 학생들이 많아 질문하지 못했다. 장하준 박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강연이 끝나고 우리 학교 학생들은 피로가 표정에 쩔어있는 장하준 박사에게 책에 싸인좀 해달라고 긴 줄을 섰다. 나는 우리 학교 다니면서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by bubbykim | 2009/04/16 00:40 | ┃短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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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4/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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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ubbykim at 2009/04/17 00:57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좋은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건가봐. 내가 마음을 달랠 대상물들을 찾고 있나봐. 형의 말은 쓸모 있게 길었고, 5월을 기다리고 있어.
Commented at 2009/04/17 10: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ubbykim at 2009/04/18 00:02
그러한 어휘사용이 의식적인 단계를 거치는 것을 초월하여 자연스럽게 나의 것으로 뭍어나오게 하는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공부를 해야할까. 거대 자본과 권력들은 그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집요하게 쓰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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