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야구에 대한 실망

  LG야구가 원래 이랬나. 오늘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LG는 6:4로 앞서고 있던 5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선발투수 김광수를 내려보내고 정찬헌을 올렸다. 나는 이 장면을 잠실에서 지켜봤다. 예전에 야구장에 와서 LG가 지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보다 기분이 더 안좋았다. 결국 오늘 LG의 계투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고 11:8로 역전패했다.

  김광수가 썩 잘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올해 있었던 지난 선발경기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줬고, 1아웃만 잡으면 투수에게는 승리 요건이 갖춰지는 상황이었다. 중반 순위 다툼이 치열하긴 하지만, 경기는 2점차로 이기고 있었고 2사 1루여서 큰 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김광수가 계속 던지길 바랐다. 선발 투수가 최선을 다해서 던진 경기에 승리 요건을 1아웃만 남겨두고 교체된다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감독과 코치에 대한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클 것 같다. 운동하는 선수에게 그런 마음은 정말 좋지 않을 것 같은데. LG는 경기에도 졌지만 중요한 선발 자원인 김광수에게 무언가 정신적 부채를 지워준 격이 되었다.

  왜 바꿨을까. 감독과 코치들이 더 잘알겠지. 상황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바꾸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이 데이터와 시나리오로만 돌아가지 않음은 명백하다. 데이터가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좋은 결과가 쌓여 좋은 데이터를 구축한다. 데이터가 선수를 낳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데이터를 낳는다. 그 데이터의 적용이 요구되는 상황은 과거와 항상 같지 않아 가변적이다. 그 가변성에는 사람의 감정과 개별성도 작용한다. 아무리 야구가 확률게임이라고 해도,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다면 테크니컬한 수치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사람을 믿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LG가 이겼더라도 나는 기분이 좋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LG팬이 되었던 90년대 초반엔 분명 좀 못해도 믿고 맡기는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았다. 2년 전에 봉중근이 국내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못 던질 때도 계속 맡겼었다. 나는 봉중근이 나왔다 하면 보통 5~6실점씩 하는 모습을 잠실에서 잘 구경했다. 봉과 김이 달라서 그런가. 다르긴 하다. 많이 다르다. 그래도 감독과 코치의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선수라는 입장에서는 같다. 프로는 실력으로 승부하지만, 실력으로'만' 승부하면 비난을 받는다. 난 그런 야구 싫다. LG가 그래서 6년동안 헤매나. 테크니컬한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4회에 김광수가 내려온 이후로, 4이닝 정도는 그냥 앉아서 막대 풍선을 안고 구경만 했다. 야구장만 가면 지던 이기던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반도 되지 못했던 내가. 김광수 선수 힘내길 바란다.




사진은 김광수 선수 오늘 투구하는 장면 퍼온 것임
http://isplus.joins.com/sports/kbo/200906/23/200906232011258571010700000107010001070101.html

by bubbykim | 2009/06/23 23:4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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